몽롱춘추(朦朧春秋) - 춘추를 희미하게 알다, 사물을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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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춘추(朦朧春秋) - 춘추를 희미하게 알다, 사물을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몽롱춘추(朦朧春秋) - 춘추를 희미하게 알다, 사물을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몽롱할 몽(月/14) 몽롱할 롱(月/16) 봄 춘(日/5) 가을 추(禾/4)]

봄과 가을을 합친 春秋(춘추)는 어른의 나이를 높여 이르는 말이고, 孔子(공자)가 엮은 五經(오경)의 하나라는 것은 상식으로 알고 있다. 여기서 春秋筆法(춘추필법)이라 하여 대의명분을 밝혀 비판적이고 엄정하게 역사를 서술하는 방법을 가리키게 됐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압력에 대항하여 진실을 기록하려 한 董狐直筆(동호직필)이 좋은 본보기다. 여기에 의식이 흐리멍덩하다는 朦朧(몽롱)이 합쳐지면 추상같은 필법으로 쓴 춘추를 읽었어도 알고 있는 것이 바르지 못하고 사물을 판단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말이 된다.

조선 正祖(정조) 때의 문장가이자 실학자인 朴趾源(박지원, 1737~1805)은 중국 淸(청) 황제의 별장이 있던 열하를 기행하고 명저 ‘熱河日記(열하일기)’를 남겼다. 그곳 36개소의 이름난 경치가 있는 避暑山莊(피서산장)을 구경 갔을 때 쓴 避暑錄(피서록)에 이 성어가 나온다. 그는 우리나라 선인들이 중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풍문에 휩쓸려 엉터리로 기록한 것이 많다고 개탄한다. ‘우리 속담에 사물에 어두운 것을 몽롱춘추라 하는데, 이는 춘추를 이야기하기 좋아하나 잘 알지 못하면서 말하는 데서 나왔다(吾東諺 凡事物之䵝昧者 稱矇矓春秋 東人喜談春秋而矇矓/ 오동언 범사물지알매자 칭몽롱춘추 동인희담춘추이몽롱).’ 䵝은 시커멀 알, 일에 어두운 것을 䵝昧(알매)라 한다.

박지원이 희미하게 알고서 잘못 단정한 예로 정조 때의 문학가 崔成大(최성대)의 시를 들었다. 한학자 정민의 ‘操心(조심)’에 전후를 설명하는 내용이 나온다. ‘吳王(오왕)이 연극 보다 상투 보고 울었고(吳王看戲泣椎結/ 오왕간희읍추결), 전수(錢叟)는 중이 되어 사필에 의탁했네(錢叟爲僧托麟筆/ 전수위승탁인필)’란 두 구절이다. 오왕은 明(명)을 배반하고 오랑캐에 나라를 넘긴 吳三桂(오삼계)를 말하고, 전수는 투항해서 자청해 머리를 깎았던 錢謙益(전겸익)을 가리킨다. 이런 사람들에게 연극배우를 보고 감개에 젖고, 춘추필법으로 역사서를 썼다고 표현했으니 지탄받을만하다.

독립운동가 朴殷植(박은식, 1859~1925)의 수필에서도 ‘經史諸書(경사제서)를 통독하였다 하나 춘추가 몽롱하고 經緯(경위)가 糊塗(호도)’하다며 당시 교육가 지도자들에 일침을 놓았다. 박학다식하더라도 꼭 해야 할 언행과 해서는 안 될 언행을 구분하지 못하면 세상이 시끄럽다. 그 위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억지로 갖다 붙이거나 앞에서 아는 체하다가는 비웃음만 산다. / 제공 : 안병화(前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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